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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M출동] 소화기에 수류탄 뇌관? 군수품 유출 의혹
◀ANC▶
최근 고층건물들에 새로 보급되고 있는 부착형 신형 소화기에서 수류탄 등을 만드는 데 쓰는 뇌관과 화약이 나왔습니다.
철저히 통제되어야 할 위험 물질이 왜, 어떻게 민간 소화기에 쓰인 걸까요.
조영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고체 에어로졸 자동 소화기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나면, 벽에 부착된 소화기가 터지면서 소화약재를 뿌려 불을 끕니다.
스프링클러처럼 스스로 작동하는 겁니다.
이 신형 소화기는 최근에 대량 보급되고 있고, 내년 2월부터는 설치가 의무화됩니다.
소화기를 터뜨리는 부분을 따로 분해해서 폭발시켜 봤습니다.
큰 총성이 나면서 터집니다.
취재결과 이 소화기 안에는 무기 제조에 쓰는 뇌관과 흑색화약이 들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소화기의 동그란 구리컵은 총용뇌관, 뇌관 아랫쪽 은박지에 쌓인 검은색 가루는 흑색화약이라고 확인했습니다.
◀INT▶ 국과수 관계자
"모양도 그렇고 성분도 그렇고 흑색화약이 맞는 것 같아요."
무기제조용이라 철저히 통제받아야할 위험물입니다.
이런 물질이 어떻게 소화기에 들어갔을까?
소화기 제조업체는 각종 무기를 만드는 방위산업체 고려화공.
소화기의 뇌관과 연습용 수류탄 뇌관을 비교해 봤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똑같습니다.
고려화공의 전현직 직원들은 무기 제조용으로 납품받은 뇌관과 흑색화약을 몰래 빼돌려 소화기 제조에 썼다고 주장합니다.
군 납품용 제조에 쓰는 것 외에 성능 시험용으로 여분을 더 납품받는데, 이 중 일부를 빼돌렸다는 겁니다.
◀INT▶ 고려화공 전 직원
"계약 수량 자체가 몇 십만 개 단위로 계약되다 보니까 군용 연습용 수류탄이나 22mm 축사탄 제조용으로 사용하는 M35번 풍산에서 만든 총용뇌관하고요."
그러나 고려화공은 소화기에 무기용 뇌관과 흑색화약을 전혀 쓰지 않았으며 자체 개발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INT▶ 고려화공 관계자
"저희는 뭐 외관이나 형상이 유사하다고 해서 총용뇌관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보고 있고요."
방위사업청은 처음에는 군수품이 빼돌려질 리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지만,
◀INT▶ 한경수 과장/방위사업청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유용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취재가 계속되자, 말을 바꿨습니다.
◀INT▶ 손현영 대변인/방위사업청
"어떻게 관리합니까. 94개 (방산)업체를. 어떻게 따라다니면서 시료를 쓰는지 안 쓰는지 우리가 어떻게 확인합니까?"
허가 없이 군수품을 다른 목적에 쓰면 방위사업법 위반입니다.
이렇게 유통된 고려화공의 신형 소화기는 지난 4년 간 2만 개.
위험한 뇌관과 화약이 아무 통제 없이 시중으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영익입니다.
조영익 기자 cyi@mbc.co.kr / 20111130